비만 → 인슐린저항성 → 인슐린분비장애 한국인 병태생리에 적합
SGLT-2i 처방, 1차기관은 심장·신장질환보다 혈당조절에 초점

연세의대 차봉수 교수
연세의대 차봉수 교수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 SGLT-2억제제(SGLT-2i)는 2형당뇨병 환자의 혈당·체중조절을 1차타깃으로, 심혈관·심장·신장질환 위험감소를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에서는 당화혈색소(A1C) 수치와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심부전(HF)· 만성신장질환(CKD) 여부 또는 위험도에 근거해 1차에서 3차치료까지 선택할 수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2형당뇨병 환자에서 SGLT-2i 처방기준으로 심혈관·심장·신장질환과 혈당·체중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연세의대 차봉수 교수(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는 SGLT-2i의 처방과 관련해 “미국의 경우 혈당강하제 사용목적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너무 치우쳐 있기 때문에, ASCVD 동반 2형당뇨병 환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나라의 경우 SGLT-2i 처방 시 합병증 예방보다는 혈당조절에 초점을 더 두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1차의료기관에서의 SGLT-2i 처방전략에 대해 “환경적 요인을 고려할 때 심혈관·심장·신장질환 위험감소에 포커스를 두고 SGLT-2i를 처방하기는 힘들 것으로 사료된다”며 “신규계열인 만큼, 한국인 대상의 혜택 대비 위험에 대한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다 보니 기전특성과 유효성 및 안전성 데이터를 숙지하고 처방에 임하면 우수한 약제로 포지셔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차봉수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으로부터 SGLT-2i의 기전특성 및 유효성·안전성 데이터에 더해 병용조합 최적의 파트너로 어떤 계열을 꼽는지 들어봤다.

Q. SGLT-2i의 계열효과에 대한 견해는?

당화혈색소(A1C)에 근거한 SGLT-2억제제(SGLT-2i)의 혈당조절 효과에 대해 국내 지침은 ‘0.5~1.0% 감소’, ADA 가이드라인은 ‘중등도에서 높음(intermediate to high)’까지 점수를 주고 있다. 혈당조절과 관련해서는 당연히 계열효과(class effects)가 존재한다고 본다.

다만 기전특성 상 SGLT-2와 얼마나 강하게 결합하는지, 또 얼마나 오래 결합하는지 등에 따라 유효성·안전성 측면에서 미세한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계열효과를 인정하기 때문에 SGLT-2i 계열내에서 대등한 혈당조절 효과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Q. 임상에서 SGLT-2i 혜택에 시너지를 줄 수 있는 방법은?

SGLT-2i는 신장 사구체에서 포도당 재흡수에 관여하는 SGLT-2를 선택적으로 차단해 소변으로 배출되는 포도당을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혈당조절을 유도하는 기전이다.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칼로리 소모(배출) 또는 이뇨작용으로 인해 체중과 혈압감소가 가능해지고, 궁극적으로는 심혈관·심장·신장 보호효과가 뒤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기존 계열과는 차별화되는 유일무이한 기전으로, 다른 어떤 계열과도 겹치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의 병용조합도 가능하다는 것이 SGLT-2i의 특장점이다. 현재까지 처방 가능한 모든 계열의 혈당강하제와 병용이 가능한 만큼, 향후 병용요법 또는 복합제의 구성약물 중 하나로서 SGLT-2i의 가치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인 2형당뇨병의 유병특성을 고려한다면, SGLT-2i와 티아졸리딘디온계(TZD) 조합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

Q. 한국인 2형당뇨병 유병특성이란?

최근 대한당뇨병학회에 ‘청년/임신당뇨병 태스크포스팀(TFT)’이 신설됐다. TFT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0대 젊은 연령대와 임신당뇨병 여성의 상당수가 비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만, 특히 복부비만(내장지방↑)은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혈당을 높이고 궁극에는 2형당뇨병을 야기하는 인슐린저항성의 주된 원인이다. 때문에 젊은 연령대에서 비만을 동반하고 있다면, 인슐린저항성에 의한 2형당뇨병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인슐린저항성에 장기적으로 노출돼 장년층에 진입한 상태에서 2형당뇨병이 이환되는 경우다. 인슐린이 기능하지 못하는 인슐린저항성에 인슐린 자체가 결핍돼 있는 인슐린분비장애까지 겹치는 것인데, 현단계에서 한국인 2형당뇨병 발생의 과도기적 병태생리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Q. 비만→인슐린저항성→인슐린분비장애까지 3중고의 악순환인가?

서구화(비만, 인슐린저항성)와 전통적 특성(베타세포기능저하)이 병존하는 과도기적 상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유병률이 늘고 있는 비만, 특히 복부비만은 인슐린저항성을 유발하고 베타세포기능을 저하시킨다. 비만에 이어 인슐린저항성이 오면 인체는 고혈당을 극복하거나 보상하기 위해 인슐린 분비를 정상보다 늘리게 되고,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고인슐린혈증이 동반되며 동시에 췌장 베타세포는 과로에 지쳐간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인슐린을 만드는데 전력을 기울이는 췌장 베타세포가 지쳐 종국에는 기능이 방전된다. 이렇게 고혈당 상태를 극복(보상)하지 못하고 인슐린저항성과 인슐린분비능의 균형이 무너지면, 결국 2형당뇨병이 이환되는 것이다. 비만 → 인슐린저항성 → 고인슐린혈증 → 베타세포기능부전(인슐린분비장애) → 당뇨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형성되는 과정이다.

Q. SGLT-2i에 더해지는 TZD의 시너지는?

SGLT-2i에 TZD를 더할 경우 비만·인슐린저항성·인슐린분비장애까지 2형당뇨병 병태생리의 3중고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SGLT-2i를 통해 부가적으로 체중감소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언급했다. 또한 TZD 치료 시에는 인슐린 기능회복에 따라 피하지방은 늘어도 내장지방은 증가하지 않는데, 이 마저도 SGLT-2i와 병용을 통해 완화 또는 상쇄시킬 수 있다.

특히 SGLT-2i의 혈당조절 효과는 인슐린과 전혀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모든 혈당강하제의 효과는 인슐린 기능과 연관돼 있다. 이에 따라 SGLT-2i도 인슐린 기능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 있을 때 더 효과를 발휘한다. 여기서 TZD와의 병용 파트너십이 빛을 발하게 된다.

Q. SGLT-2i와 병용시 TZD의 구체적인 이점은?

PPAR-γ작용제로 불리는 TZD 계열은 근육·간·지방세포에서 인슐린민감도(인슐린저항성) 개선 및 췌장 베타세포기능의 보전효과를 가지고 있다. 인슐린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는 베타세포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는데, 이로 인해 베타세포에서 발생하는 염증을 억제하는 것이 PPAR-γ의 작용이다.

또 TZD는 지방조직 내 아디포넥틴(adiponectin)의 발현을 증가시켜 간의 인슐린민감도를 높이고 간 내 지방량을 줄여 혈당생성을 억제시킨다. 이렇듯 조직의 인슐린저항성 개선에서 췌장의 베타세포기능보전까지 궁극적으로 2형당뇨병의 두 가지 병태생리를 동시에 조절할 수 있는 TZD와의 병용이 비만과 인슐린저항성에 의한 2형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사용되는 SGLT-2i 전략에 황금기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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